요즘 빅토리아 시, 밴쿠버 섬을 빅토리아 섬, 또는 빅토리아 아일랜드 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예전에 어떤 한국 분의 블로그에 ‘원래 이름은 밴쿠버 아일랜드 이지만 섬에 빅토리아밖에 없어서 통칭 빅토리아 아일랜드 라고 불린다’ 라는 등의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신 관광객 분도 있었고, 한국의 에어비앤비 같은 사이트에도 버젓이 빅토리아섬라고 게시하기도 합니다. 아래 보이듯, 네이버 블로그에 빅토리아 섬 이라고 쳐 보면 빅토리아 시를 뜻하는 게시글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사실 이 작은 뉘앙스의 차이점에 꽤나 큰 후풍이 따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밴쿠버 아일랜드가 작은 섬이고 그 전체가 빅토리아 도시 인 줄 알고 밴쿠버 여행중에 빅토리아를 당일치기로 계획 하기도 합니다. 2시간 페리라는 것만 읽고 사실은 편도 4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임을 모르고 당일치기로 왔다가 당황하는 케이스도 있더군요. 페리만 타면 바로 빅토리아 도시에서 내리고 거기서 바로 한두시간 구경 하면 섬 전체를 보고 다시 페리 타고 돌아가면 되는줄 알았나 봐요. 밴쿠버 아일랜드가 사실은 거대한 섬이고 빅토리아는 그 중 아주 작은 부분임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고, 그때문에 이곳 로컬 관광업소는 의문의 1패를 기록하게 됩니다. 밴쿠버 아일랜드에는 빅토리아 외에도 볼것이 아주 많은데 많은 분들이 그걸 모르고 다운타운만 잠깐 보고 가게 되는 거죠.
게다가 캐나다에 빅토리아 아일랜드라는 섬이 아예 없다면 또 모를까. 사실 캐나다에만 빅토리아 아일랜드 란 섬이 2곳 존재 한답니다. 따라서 밴쿠버 아일랜드의 빅토리아 시 에 살거나 한번쯤 와본 우리들이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파해야 하겠죠? 그래서 오늘은 알아봅시다. 밴쿠버섬이 어떤 섬이고, 빅토리아 섬은 사실 어디에 있는 섬인지.
우선 밴쿠버섬을 빅토리아섬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대다수 아시안, 특히 한국인 입니다. 인스타만 보아도 영어권 유저들도Victoria island 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한 것이 조금 보이긴 하지만 한국인 만큼 많지 않죠. 제가 왜 그럴까 한번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호주에 가깝다 보니 빅토리아 하면 우선 호주의 멜번이 있는 빅토리아주를 연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캐나다의 빅토리아를 부를때 섬에 있다는 특성을 붙여 빅토리아섬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모두 제 추측과 가설일 뿐이지만요.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빅토리아섬과 밴쿠버섬은 엄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캐네디언들도 빅토리아 아일랜드라고 부른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입니다. 동부에 살아서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가끔 헷갈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밴쿠버 아일랜드를 밴아일 (Van Isle) 이라고 줄여 부를 지언정 빅토리아 아일랜드라고는 절대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비씨주를 잘 모르는 동부 사람들은 캐네디언이라도 헷갈려 할 수 있을 만큼 밴쿠버섬이 사실 좀 헷갈리는 이름들이긴 하죠.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 (비씨주) 의 주도는 대도시 밴쿠버가 아닌 빅토리아죠. 그리고 그 빅토리아 시 가 위치한 섬이 밴쿠버섬. 하지만 밴쿠버 시는 밴쿠버 섬에 위치해 있지 않아요.
여기서 살짝 TMI를 덧붙이자면 많은 외부인들은 비씨주의 주도가 밴쿠버인줄 알아요. 이 부근 제일 큰 대도시 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한국과 캐나다의 문화 차이인듯 싶습니다. 한국은 수도가 되면 자연히 그곳으로 인구가 몰리고 대도시가 되죠? 여긴 다르답니다. 거의 모든 주, 그리고 나라의 수도가 그곳의 제일 큰 도시가 아닌 2번째로 큰 도시랍니다. 제일 큰 도시는 Metropolis (메트로폴리스), 수도 또는 주도는 Capital (캐피탈) 이라고 부르죠.
첫째.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 하지만 캐나다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이며, 오타와가 속해있는 온타리오에서 2번째 큰 도시입니다.
온타리오의 주도는 온타리오의 메트로폴리스 이기도 한 토론토죠. 하지만 그건 오타와가 수도라 그 외 다른 적합한 도시가 없어서 그리 된 것일지도…. ㅎㅎ
퀘벡의 주도는 퀘벡시티 (Ville-de-Quebec) 이지만 메트로폴리스는 몬트리올.
사스카체완의 주도는 리자이나, 하지만 메트로폴리스는 사스카툰.
알버타의 주도는 에드몬톤이지만 메트로폴리스는 에드몬톤보다 살짝 더 큰 캘거리.
비씨주의 주도는 빅토리아고 메트로폴리스는 밴쿠버 입니다.
그 외 주와 테리토리들은 원체 너무 작아서 대도시가 1개밖에 없는 관계로 메트로폴리스가 주도 이기도 하답니다. ㅎㅎ 하지만 보다시피 많은 주와 나라의 수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에 있어요. 왜냐고 물으시면….. 그냥 그래요. ㅋㅋ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캐나다에는 빅토리아섬이 2군데 존재합니다. 하나는 북극, 노스웨스트 테리토리와 누나붓 중간에 걸쳐진 217제곱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얼음으로 뒤덮힌 섬이구요 (남한의 2배 이상, 하지만 인구는 거의 없답니다. 2016년 통계로 약 2천명이 살고 있더랍니다). 또 하나는 오타와 도시내, 오타와 강 가운데 위치한 아주 작은 섬입니다. 얼마전 오타와 여행 중에 가 보았는데 이 섬 위로 다리가 지나가고, 이섬으로 빠지면 그냥 공원만 있습니다.
그럼 밴쿠버섬은 어떤 섬일까요. 밴쿠버섬은 31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면적으로 남한의 1/3 가까이 된답니다. 하지만 인구는 87만 밖에 되지 않죠. 그리고 그 인구의 태반이 빅토리아와 그 인근지역에 살구요. 하지만 밴쿠버섬에는 빅토리아 외에도 나나이모, 코목스/코트니, 캠블리버, 포트 알버니, 토피노 등, 많은 도시가 있답니다. 게다가 섬의 제일 남쪽 하단에 위치한 빅토리아와 제일 북쪽에 위치한 포트 하디는 500킬로미터 이상 운전해 6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에 있답니다. 이 큰 섬에 볼것은 무궁히 많으며,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몇달을 여행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물론 그 중 태반은 차로 갈 수 없는 대자연이라 배를 타거나 걷거나 4x4로 여행해야 할테지만요.
우리 모두 빅토리아시를 빅토리아섬이라 잘못 부르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파하여 이곳을 오는 관광객들이 잘못된 정보로 밴쿠버섬 여행을 헛되게 보내는 것을 막아줍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