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 세일링 페이지에 소개된 SV 알레그리아는 저에게 있어 3번째 보트랍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 보트는 이제 다른 가족의 보트가 된 스타트렉입니다. 저에게 있어 두번째 보트지만 제일 많은 추억을 남겼고, 제가 직접 새 생명을 주어서 그런지 가장 정이 많이 간 보트랍니다. 오늘은 그 추억을 더듬어 보며 스타트렉의 트리븃으로 포스팅을 한번 해 볼까 해요.
스타트렉은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영국 요트회사 킹피셔에서 출시한 K20 모델 입니다. 세일링 번호는 170번 으로, 대략 196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보트랍니다. 1959 년부터 1978 년까지 대략 500대의 K20/K20+가 생산 되었죠.
영국 잉글리시 채널의 파도를 뚫을 수 있도록 통칭 “탱크처럼” 만들어진 K20는 빠르진 않지만 몸집에 비해 심한 파도를 견디도록 디자인 되었다고 해요. 500kg이 넘는 무쇠 트윈 킬로 중심을 잡고 길이에 비해 빔이 넖어서 안정적인 승차감을 주게 되어있죠. 게다가 현두는 거의 수직에, 타 보트 디자인에 비해 둥글게 만들어져 크기에 비해 내부 선실이 넓답니다. 4명이 잘 수 있고 화장실과 싱크대가 따로 있죠. 또 트윈 킬 덕분에 0.71미터라는 얕은 흘수를 가져 다른 보트들이 갈 수 없는 얕은 물에서도 세일링이 가능하며, 원한다면 그대로 뭍에 가져다 대도 기울지 않는답니다.
이렇게 고의로 beaching 시킬 수가 있어요.
다만 이 모든게 스피드를 포기한 디자인이라는 게 유일한 단점이죠.
스타트렉은 사실 거의 버려진 보트였답니다. 전 주인이 세상을 떠나고 그 친척에게 맡겨졌지만 그 후 다시는 물을 보지 못하고 땅에서 수십년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스타트렉을 물려받은 사람은 차마 스타트렉을 버리진 못하고 간직하고 있었는데, 어찌 저와 연이 닿아 제게 스타트렉을 양도하게 되었답니다.
제가 처음 스타트렉을 양도 받았을 당시, 배는 너무 오래 방치되어있어 슬쩍 봤을땐 전혀 새 삶을 살 수 있을것 같지 않은 상태였답니다. 하지만 전 주인이 사 놓은 방대한 양의 새 파트들도 함께 양도받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배가 방치된 동안 땅벌들이 선박 내부에 집을 짓고 살아서 더러워진 선박의 대청소부터 시작 했죠.
청소만 했을 뿐인데 벌써 완전히 달라 보이는 군요.
청소 전과 청소 후.
다음은 현창 (창문) 들과 단열재를 떼어내고 선체 상태를 확인 해 보았습니다.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선체는 건재했지만 그 안쪽에 덧대어진 나무 합판은 현창 사이로 들어온 수분 때분에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합판을 다 긁어내고 새 인테리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나무로 현창 브래킷을 만들고 새 단열재를 붙인 후, 나무 패널로 인테리어를 장식 했죠.
나무로 된 외부 부위들은 모두 떼어내 샌딩을 하고 바니시로 광택을 내고,
새로 산 놋 라이팅으로 캐빈을 밝히고 무전기, 내비게이션 라이트, 태양열 패널 등, 전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였답니다.
마지막으로 선체에 파란색 앤티파울링 페인트로 화룡점정을 찍고, 대략 30년만에 처음으로 스타트렉은 물에 몸을 다시 담갔답니다.
대략 4달에 걸친 레노베이션으로 새 생명을 받은 스타트렉은 행복해 보이네요.
이후 약 5년동안 저와 함께하며 많은 세일링을 하였죠.
레이스록과 페더베이로 오버나잇 세일링,
걸프 아일랜즈의 시드니 스핏으로 멀티데이 세일링,
세일링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하기도 하고,
선박 샴페인 파티,
낚시 트립 등, 많은 추억을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제 아들 태한이가 생애 처음으로 타 본 배가 되기도 하였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2019년에 제가 집을 1년간 비우게 되면서 새 가족을 찾아 떠나가게 되었답니다. 세계 어디에 있든 저와 함께한 시간은 제 마음속에 간직할 것입니다. 이젠 이 블로그 포스트와 함께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렉, 그동안 즐거웠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받으며 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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